오래전에 본 한편의 영화에서 가끔씩 나의 직업적 정체성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조지 클루니가 베테랑 해고 전문가로 분한 ‘인 디 에어(원제 Up in the Air)’라는 영화인데요. 오랜 시간을 기업의 인사총괄임원으로 일하면서 여러 건의 임직원 해고에 직접 간여했던 저에게 영화 속 주인공이 던지는 대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량해고시대에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화상 인터뷰로 해고 통보를 하자는 보스의 제안에 “해고 통보에도 지켜야 할 품격이 있습니다.”라고 일침을 놓는 장면은 비즈니스의 냉혹함 속에서도 결코 놓쳐서는 안될 최소한의 인간미를 깨우쳐줍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추억도 어쩌면 이제 곧 비현실적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비즈니스의 일상에 자리잡은 AI가 이제는 해고대상자까지 선별하는 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AI가 일반적인 비즈니스는 물론이요 HR 비즈니스에도 여기저기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AI가 가장 많이 활약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채용 부분일 것입니다. 저 역시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금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하다고 주목 받는 전문 인력들의 구인구직 플랫폼인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극대화하여 채용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AI가 채용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후보자를 발굴하고, 특히 자기소개서의 표절 여부를 포함하여 지원 서류를 분석하고 후보자를 평가하는 일, 그리고 AI 면접전형 등이 그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존의 AI를 넘어서 우리에게는 챗GPT로 유명해진 생성형 AI(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까지 더 광범위하게 인사관리에 활용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인사관리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여기에 AI가 불을 지른 형세입니다. 범위도 채용이라는 영역을 넘어, 인사배치, 성과평가와 관리, 보상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확산되는 느낌입니다.

앞서 언급한 링크드인은 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2016년 262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거액을 지불하고 전격 인수해 화제가 되었던 기업입니다. 비록 그 당시에는 MS가 링크드인과 생성형 AI 비즈니스의 연계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링크드인이 이미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그 안에서 AI를 구현하고 있고, 자체 교육 콘텐츠도 벌써 상용화되었음은 물론 모든 회원의 이력서, 모든 구인 직무의 디지털 기록, 모든 직업과 그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디지털화 할 수 있다는 점과 MS가 구글과 함께 생성형 AI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향후 다국적 IT기업을 위시하여 수많은 HR 테크 기업들의 더 공격적 약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AI를 기반으로 놀랍고도 어쩌면 위협을 느끼게 할 정도의 ‘속도와 영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인사관리 시스템이 비즈니스 일상으로 ‘훅’치고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AI와 챗GPT의 전방위적 응용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기본적으로 AI와 챗GPT의 전방위적 응용은 분명 HR비즈니스에 있어서 기회이자 혜택이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어쨌거나 HR은 지난 반세기 이상을 전세계 지역을 불문하고 관리와 통제에 익숙한 부서로, 동시에 역할의 정체성에 늘 도전을 받아온 불명예스러운 아이콘으로 인지되어 왔는데요. AI와 공생하며 어떤 형태로든 인사관리는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도래로 인해서 어쩌면 인사 부서는 효율성이 담보된 한층 더 효과적인 HR프로그램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례들이 현재까지는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인사관리의 실무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AI는 인사기획, 채용, 교육훈련, 급여 및 복리후생, 성과관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충분히 응용 가능합니다. AI가 미래 구성원의 니즈를 예측하고 결정하며 그에 맞는 기획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강조했듯이, AI는 가장 적합한 인재를 조직으로 유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챗GPT를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인터뷰에서 후보자를 변별할 수 있는 구조화된 질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몇몇 다국적기업에 근무 중인 필자의 지인들은 그들이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검증 차원에서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AI를 활용해 모든 구성원들의 업데이트된 이력서를 시스템에 제대로 올릴 수만 있다면 그들이 부족한 역량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여 및 복리후생 프로그램 관리에 있어서도 AI는 가장 최신의 관련 데이터를 찾아내어 구성원 개인에게 적합한 보상안을 제안하고, 어쩌면 지속적인 성과개선을 위한 좀 더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성과관리 옵션을 제안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결국 AI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올바른 혹은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인사 부서에게는 AI의 등장은 잘만 활용한다면 엔데믹 시대에 새로운 HR의 역할을 모색하고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부담되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힘이 될 것입니다.